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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9단선: 전략 잠수함의 국제정치학

현 시대에 세계에서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리스트를 만든다면, 아마 인도차이나 반도와 말레이 반도 그리고 중국에 둘러싸여 있는 남중국해(South China Sea)가 상위 후보군 내에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1968년 『UN 아시아 극동경제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남중국해에 막대한 양의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다는 분석이 공개된 이후, 남중국해는 아시아의 대표적인 해양 분쟁 지역으로 변화해갔다. 현재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까지 8개의 당사국들이 해당 분쟁에 관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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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당사국들 중 가장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행보를 보이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과거 왕조들의 역사적 권원을 토대로 하여 자의적으로 경계를 획정한, 이른바 남해 9단선(Nine-dash Line)에 대한 관할권을 주장해왔다. 중국의 행보는 단순히 관할권 주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분석에 의하면 중국은 자신들이 점유한 인공섬들에 군사용 비행 시설과 레이더 시설을 건설하는 등, 해당 지역의 군사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이는 자신들이 ‘핵심 이익 지역’으로 분류한 남중국해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을 강화 시켜 나가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를 단적으로 드러내어주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강대국의 최종병기, 전략원잠(SSBN)

그렇다면 중국이 해당 지역에서 이렇게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프래틀리 군도와 파라셀 군도 해저에 매장된 막대한 지하자원의 확보, 해상교통로의 장악을 통한 지역적 패권 창출 등 다양한 원인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필자는 미-중 대결구도라는 차원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이 갖는 군사전략적 의의를 중심으로 이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와 전략 원잠(SSBN[1])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이 주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상호확증파괴란 전쟁의 승패와 상관없이 양측 모두가 확실하게 파멸할 가능성이 높을 경우, 이른바 “공포의 균형”이 유지되기 때문에 어느 한쪽도 상대방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하지 못하게 된다는 국제정치학적 개념이다. 상호확증파괴에 의한 전략 균형이 달성되기 위해서는 2차 공격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의 확보라는 핵심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바로 이 지점이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확보 시도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 2차 공격능력은 상대방으로부터 선제 핵공격을 당하더라도, 전력을 보존해 대량 반격을 가함으로써 상대방에게 감당 불가능한 피해를 강요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핵 억지 전략을 구사하는 강대국들은 상대방의 선제 공격으로부터 생존성을 담보할 수 있는 핵 전력을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군비를 투자한다.

일반적으로 전략원잠은 2차 공격능력의 확보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무기체계로 평가된다. 다량의 핵미사일을 탑재한 채 수중에서 은밀하게 상대방의 심장부를 노릴 수 있는 이점을 갖기 때문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공식적인 핵보유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은 모두 전략원잠을 실전배치한 국가이기도 하다. 이는 전략원잠이 강대국의 국제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갖는다는 점을 증명하는 셈이다.

중국은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과의 전력 격차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핵 억지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원잠 전력의 구축에 힘써왔다. 지상에 배치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들은 유사시 미국을 비롯한 가상 적국의 선제 핵타격에 의해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의 지도자 마오 쩌둥은 다음과 같은 발언을 통해 중국의 안보와 자주성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원잠의 개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우리는 원자력 동력 잠수함을 개발해야만 한다, 비록 그것이 10000년이 걸릴지라도.”

중국 전략원잠의 수중(水中) 요새

중국의 남중국해 지배권 확보 시도와 핵 억지 전략이 맞닿아 있는 연결고리를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의 전략원잠들이 실질적인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강력한 감시능력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스톡홀롬국제평화연구소(SIPRI)와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분석에 의하면 현재 중국의 수중 핵 억지(Underwater Nuclear-Deterrence) 능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미국과의 전략 균형을 달성할 정도로 발전되지 못했다.

jin_type_094_class_ballistic_missile_submarine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진(Jin)급 전략원잠

 첫째, 중국이 현재 실전배치한 4대의 진급 전략원잠은 소음이 심하기 때문에 은밀성이 떨어진다는 기술적인 문제를 갖는다. 2009년 미 해군정보국(ONI)이 중국과 러시아/구소련의 잠수함들을 분석한 결과, 12 종류의 잠수함들 중 진급 전략원잠이 4번째로 가장 탐지되기 쉬운 잠수함으로 분류되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70년대에 건조한 전략원잠보다 더 정숙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은밀성은 전략원잠의 생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문제는 중국의 수중 핵 억지 능력에 있어 치명적인 결함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중국의 최신형 SLBM인 JL-2가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 위해서는 이를 탑재한 전략원잠이 기지를 떠나 중태평양 해역까지 ‘탐지되지 않은 채’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의 잠수함 전력에 대응해 아시아에서 광범위한 정보, 감시, 정찰 활동의 지역 통합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2월 미 해군은 최신형 대잠초계기인 P-8A를 필리핀 클라크 기지에 배치했고, 그해 4월 대만 해군은 자신들이 보유한 대잠초계기 P-3C를 남중국해 정찰 활동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외에 일본과 베트남 역시 그들의 대(對)잠수함 작전 역량의 증진 작업을 추진하는 중이며, 필리핀은 일본과 미국의 지원 하에 독자적인 대잠수함 정찰 능력을 건설하는 중에 있다. 이들이 미국의 지도 하에 통합적인 대(對)중국 수중 감시망을 형성하게 된다면, 중국의 전략원잠 세력은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즉 은밀성이 떨어지는 중국의 전략원잠 세력이 미국 주도의 잠수함 감시망에 포위됨에 따라, 이들의 실질적인 활동 반경은 전략원잠 기지가 위치한 하이난다오 근해로 한정되어버린다. 전략원잠의 활동 반경이 근해에 한정된다면 그 전략적 효과 역시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SLBM의 사정거리 면에서도 미국에 대해 유의미한 전략적 억제 효과를 가져가기 어렵고, 좁은 활동 반경은 예측 불가능한 위치에서 상대방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다는 전략 잠수함의 이점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ec%ba%a1%ec%b2%98중국의 전략원잠 기지가 위치한 하이난다오(Hainan Island)

 하지만 만약 중국 전략원잠 세력이 남중국해를 일종의 수중 요새로 활용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을 획득하고 미군 감시세력의 접근에 대한 거부능력을 확보할 경우, 중국의 전략원잠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활동 가능한 공간을 갖게 된다. 남중국해의 인공섬에 배치된 레이더 시설은 주변에서 접근하는 타국의 항공기나 선박을 감시하는 용도로, 활주로 시설은 기존에 중국 본토에서 출격하던 군용 항공기들이 이 인공섬들을 기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만드는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여기에 추가로 남중국해에 지대공(Air-to-Surface) 미사일 전력이 배치되어 유사시 타국 군용 항공기의 접근을 차단하고, 현재 중국이 추진중인 A2/AD(Anti-Access/Area Denial) 전략[2]을 통해 제 1도련선 내에서 미 해군 함대의 영향력을 축출할 수 있다면 해당 지역에 대한 미군의 대 잠수함 작전능력은 상당부분 약화된다.

현재 미국이 남중국해와 그 주변 지역에서 상당한 정치적/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은 분명 중국 지도부의 전략적 목표를 방해하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제약조건들이 해결되어 중국의 전략원잠들에게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고 이들이 태평양으로 진출하여 미 본토에 SLBM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한다면, 중국은 미국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핵 억지력을 달성하게 된다. 그렇다면 중국은 마오 쩌둥의 숙원이었던 “더 강하고 자주적인 중국의 건설”에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다.

불안정한 남중국해의 미래

중국은 미국에 대한 핵 억지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전략원잠 세력 육성에 자원을 투입해 왔고, 전략원잠과 SLBM의 기술적 성능 향상과 더불어 잠수함 세력의 실질적인 활동공간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어왔다. 이는 과거 냉전 후반기 구 소련 지도부가 직면해야 했던 고민과 유사하다. 냉전 초기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던 소련의 전략 잠수함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증대된 미 해군의 원거리 무력 투사능력으로 인해 대양에서의 작전을 수행하는 데 큰 한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결국 소련은 냉전 후반기에 들어 유라시아 대륙 북쪽에 위치한 광대한 해역을 활용해 제한적이나마 전략 잠수함들이 ‘숨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수정했다. 중국 역시 미 해군의 압도적인 재해권이라는 제약 조건 속에 그들의 전략잠수함이 자유롭게 활동 가능한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며, 남중국해가 바로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임이 분명하다.

이렇듯 남중국해는 단순히 도서 영유권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분쟁 지역 차원을 넘어 중국의 현상타파 시도와 미국의 현상유지적 전략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전략적 추축 지역(Pivot Area)으로 그 성격이 변화하였다. 물론 전략잠수함이라는 키워드가 현상에 대한 완전한 설명을 제공하진 못하겠지만, 강대국의 국제정치라는 측면에서 남중국해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 지역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하나의 퍼즐 조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이 퍼즐 조각을 검토해본 바에 의하면, 중국이 핵 억지 능력이라는 자신의 전략적 핵심 이해관계와 관련된 남중국해 지배를 쉽게 포기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1] Ship Submersible-Ballistic missile-Nuclear

[2] 대함 탄도미사일(Anti-Ship Ballistic Missile)을 활용해 동아시아-서태평양 해역 내에서 미 해군의 접근을 거부하거나,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전략


김지훈(연세대 정치외교)

peter9245@gmail.com

사드, 과연 중국을 겨냥하는 칼끝인가?

안보 트릴레마와 사드

트릴레마(Trillema)란 두 국가 사이의 군비 경쟁이 제 3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7월 8일, 점증하는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로 한반도 사드(THAAD) 배치라는 옵션을 선택했다. 그런데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된 이후 가장 강력한 반감을 드러낸 국가는 다름아닌 중국이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한반도 사드 배치가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핑계로 다른 나라의 정당한 안보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강도 높은 비난을 가했다. 이렇듯, 최소한 명목상의 이유로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주한미군과 한국을 방어할 목적으로 사드 체계를 배치하는 행위가 제 3국인 중국에게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논쟁은 전형적인 안보 트릴레마의 사례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사드 레이더 논란과 중국의 반발

그렇다면 중국 정부가 이토록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핵심적인 원인은 사드 체계의 ‘눈’에 해당하는 AN/TPY-2 레이더의 탐지 거리에 있다. X밴드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AN/TPY-2 레이더는 매우 유연하고 강력한 탐지 능력을 자랑하는데, 중국은 바로 이 레이더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을 감시권 안에 포함하기에 자신들의 안보 이익에 위해를 가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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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AN/TPY-2 레이더는 두 가지 모드로 활용이 가능하다. 우선 종말요격모드(TM)의 경우 사드 미사일 포대의 전술작전센터(TOC)와 연동되어 사격통제 기능을 수행하며, 탐지거리는 600k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진배치모드(FBM)는 사드 미사일 포대와는 독립되어 배치되어 MD의 지휘통제체제인 C2BMC에 수집된 데이터를 전달하는데, 미 의회 예산국(CBO)의 정책보고서 “Options for Deploying Missile Defenses in Europe”이나, 미 육군의 “AN/TPY-2 Forward Based Mode(FBM) Operations” 운용 교범에는 이 모드의 탐지 거리가 1000km정도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레이더의 탐지 거리는 피탐체의 레이더 반사 면적(RCS)에 따라 달라지는데, 앞서 언급한 자료들은 AN/TPY-2 레이더가 어느 정도의 RCS 값을 가진 물체를 상대로 1000km의 탐지 거리를 갖는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제시하고있지 않다.

제작사인 레이시온(Raytheon)사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이 레이더는 FBM으로 운용될 경우 레이더 반사 면적(RCS) 0.01 m2의 물체를 기준으로 600~700km 의 탐지 거리를 갖는다. 물론 피탐체의 RCS 값이 크면 클수록 탐지 거리는 보다 길어진다. 예를 들어 종말 단계(Terminal Phase)에서 탄도미사일의 추진체로부터 분리된 탄두의 전면 부분의 RCS는 0.014 m2 정도인 반면, 상승 단계에 있는-아직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은-탄도미사일의 측면 혹은 후면의 RCS는 이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레이더 방정식에 의하면 RCS가 100배 차이 나면 탐지거리는 약 3.16배, RCS가 20배 차이 나면 탐지거리는 약 2.1배가 차이나는 만큼 표적의 RCS는 레이더 탐지거리 및 탐지확률을 결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1  중국의 동북부에 배치된 ICBM이 미국 본토를 향해 향해 발사될 경우,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가 바라보는 이 미사일의 측후면 RCS 값의 평균치가 대략 0.1~1 m2 사이에서 형성된다. 사드 레이더가 FBM으로 운용된다는 가정 하에, 앞서 언급된 계산법에 의하면 이 미사일들은 레이더의 배치 지점으로부터 약 1000~2000km 정도의 거리에서 탐지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이유로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해왔다.

 

과연 사드는 정말 중국의 안보에 위협적일까?

반면 미국과 한국 정부는 사드 레이더가 TM으로 운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중국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론상으로는 초기에 TM으로 세팅된 레이더를 8시간에 걸쳐 FBM으로 변환해 운용할 수는 있지만, 이럴 경우 한반도 사드 배치의 목적인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은 상실되기 때문이다. 사드 미사일 포대의 전술작전센터(TOC)와 연동된 사격통제 기능은 이 레이더를 TM으로 운용할 경우에만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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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주한미군이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을 상실해가면서까지 사드 레이더를 본래 배치 목적에 어긋난 FBM으로 운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미국은 굳이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를 FBM으로 운용하지 않더라도, 이미 중국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능력을 제공하는 다양한 센서들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 배치된 2기의 AN/TPY-2 FBM 레이더, 서태평양 전구의 해상 배치 X-밴드 레이더, 대만에 배치된 PAVE-PAW OTH(Over-the-Horizen) 레이더, 태평양 함대 소속의 이지스 구축함, 우주에 배치된 DSP/SBIRS/STSS 정찰위성들이 바로 그런 센서들에 해당한다.

특히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미국의 본토 방어 전략에서는 우주 기반 자산들과 알래스카에 배치될 신형 장거리 레이더가 핵심 센서로 기능한다. ICBM의 초기 상승 단계(Boost Phase)에서 DST 위성이나 SBIRS 위성이 열과 가스 변화를 감지해 조기 경보 기능을 수행하고, STSS 위성과 알래스카의 장거리 레이더가 중간 단계(Midcourse Phase)에서 종말 단계(Terminal Phase)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감시/정찰 자산들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GBI(Ground Base Interceptor)가 ICBM의 요격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탄도미사일의 기만탄 분리 작업이나 다탄두(MRV) 분리 작업은 중간 단계 이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국 동북부에서 상승 단계에 있는 탄도미사일에 대한 제한된 정보만을 전달 가능한 AN/TPY-2 레이더의 대(對) 중국 효용 가치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사드 () 안보 트릴레마의 본질

그런데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합리성이나 중국 지도부가 생각하는 합리성은 다를 수도 있다는게 바로 이 안보 트릴레마의 본질이다. 기본적으로 안보 딜레마 혹은 트릴레마는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의 국제 정치에서는 한 국가가 순수하게 방어적인 의도로 배치한 무기체계가 상대국, 혹은 제 3국에게는 공격적인 의도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종종 일어날 수 있다.

아마 중국의 표면적인 반응의 이면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첫째, 중국 지도부는 실제로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가 TM이 아닌 FBM으로 운용될 것이라 믿고 있을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의도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신뢰 부족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오인식(Misperception)을 유발하는 시나리오이다. 둘째, 실제로 그렇게 믿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사드 체계 배치를 통해 잠정적으로 미국과의 전략적 제휴관계가 강화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종의 “떼를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중국 지도부는 자신들의 A2/AD(Anti Access/Area Denial) 전략과 미국의 Pivot to Asia 전략이 충돌하는 서태평양-동아시아 지역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삼각 동맹의 형성을 가속화되는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 어쨌거나 두 가지 경우 모두 한반도 사드 배치가 대북 견제 수단이라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첨언하자면, 중국 정부는 예전부터 미군의 자산이 한국에 배치되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일례로 한-중 수교 2년 후인 1994년, 당시 대한민국이 패트리어트(Patriot) 체계를 배치하려 했을 때도 “중국은 군사훈련이나 미사일 배치 등 한반도의 평화유지와 긴장완화에 해로운 어떠한 행동이나 조치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었다. 1991년 걸프 전쟁에서 이라크 군의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함으로써 유명세를 얻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와는 달리 레이더의 범위가 중국 영토를 포함할 우려가 전혀 없는 무기체계였다.

신뢰의 부재는 갈등을 유발한다. 한반도의 사드 기지를 유사시 우선 타격 목표로 삼겠다느니, 한국이 독립을 잃을 수도 있다느니 하는 중국의 노골적인 협박성 언사가 바로 신뢰의 부재가 빚어낸 갈등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어떠한 형태로든 중국과의 관계에서 정치적 비용을 수반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를 위해 이미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도, 사드 발(發) 안보 트릴레마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중국 정부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아예 배제되어서는 안된다.

 

중국을 향해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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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대로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다. 과연 중국은 한국에게 신뢰할만한 존재인가? 한국이 사드 배치를 하든 하지 않든 중국은 이미 유사시 한국에 대한 공격 계획을 갖고 있다. 수 년 전 동북 3성에 전진 배치된 중화인민해방군 제 2포병 820여단의 DF-15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바로 그 증거이다. DF-15의 사거리는 800km 이하로, 지린성 퉁화에 배치된 이 미사일의 현실적인 타격 목표는 한국 외에는 없다. 한국을 향해 핵탄두까지 탑재 가능한 공격용 무기를 겨냥하고 있는 국가가, 한국이 자국의 안보 수요를 위해 방어용 무기를 배치하겠다는 결정에 대해 비난을 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또한 지난 달 인도의 한 언론에서 파키스탄과 중국 정부가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를 들여오는 과정에 동조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낸 적이 있었는데,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의도적으로 묵인한다는 의심이 들지는 않는가? 더불어 북한이 공개한 신형 방사포와 신형 방공미사일의 형태가 중국이 운용하는 동급 무기체계와 매우 유사해 보이는 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인가? 이 모든 의문점들을 한 가지 질문으로 좁혀 보자면, 지금까지의 선례에 비추어 봤을 때 중국 지도부에게 한국의 안보를 보장해줄 의지가 존재하긴 하는가?

아마 그렇지 않다면, 한반도 사드 배치는 비록 최선의 선택지는 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현실적으로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몇 안되는 카드들 중 하나가 아닐까?

사드는 동급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러시아의 S-400, 중국의 HQ-19, 이스라엘의 Arrow-3와 비교했을 때 가장 신뢰성 있고 검증된 무기체계이다. 사드 체계가 경상북도에 배치된다면, 유사시 미군의 증원과 한국의 지속적인 전쟁수행능력 확보에 필수적인 남부권의 공항과 항만 및 병참 시설을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일각에서는 북한 탄도미사일의 공중회전(Tumbling) 현상이나 가짜 탄두의 사용 때문에 사드로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성걸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은 지난해와 올해 발사된 북한 미사일 가운데 공중회전을 보인 미사일은 없었으며, 가짜 탄두의 역할을 하는 추진체의 잔해는 실제 탄두와 상당한 정도로 거리를 두고 비행하기에 레이더 식별에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반론을 일축하였다. 즉, 미국이 제시한 사드 배치 카드가 한국에 제공하는 군사적 효용은 가시적이다.

반면 중국이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이 결합된 최악의 시나리오로부터 느끼는 안보 위협을 상쇄하기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더 나아가 한국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중국이 의도적으로 북한의 행위를 묵인하고 심지어 후원한다는 의심할 만한 정황까지 존재한다.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위협의 증대는 한국의 사활적 안보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일정부분 침해할지도 모르는 ‘잠재적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을 겨눈 북한의 칼끝은 한국의 사활적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현존하고 명백한 위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이 사드 배치보다 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면 한국은 한-미 동맹의 방어능력 강화라는 옵션을 택할 수밖에 없다.


박태용∙임재성, 레이더 위치에 따른 탄도미사일의 RCS 특성, The Journal of Korean Institute of Communications and Information Sciences 15-01 Vol. 40 No.01 p. 215


 

THAAD, 그리고 한반도

2016년 2월 7일 한민구 국방장관과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확보를 위한 장거리 로켓 발사체 실험을 감행한 직후, 주한미군 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위한 협의를 공식적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한·미 양국의 정부 인사들이나 학계 인사들의 개인적인 수준에서 제기되어왔던 THAAD 한반도 배치설이, 드디어 양국 정부의 공식적인 차원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국내 여론은 물론 동북아 차원에서 한반도 THAAD 배치에 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는데, 특히 중국이 THAAD 체계의 배치가 자국의 안보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명분으로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내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무기체계 중 하나에 불과한 THAAD가 이렇게 큰 논란을 초래한다는 사실은, THAAD의 배치가 상당한 정치적 함의를 내포함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과연 아직 현재진행형인 THAAD 배치 이슈를 어떻게 읽어내야 할 것인가?

1. THAAD란?

THAAD는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의 약자로, 통상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란 명칭으로 해석된다. 제작사는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이며, 모든 미사일방어체계와 마찬가지로 표적 탐지/추적용 레이더와 이에 연동된 요격미사일 포대로 구성되어 있다. THAAD의 이름 중 “Terminal”과 “High Altitude Area”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THAAD는 다층으로 이루어진 미국의 MD(Missile Defense)에서 일부 구간을 담당하는 방어체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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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MD 시스템

미국의 MD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성된다. 우선 다양한 감시/정찰 자산을 통해 적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포착한 후, 탄도미사일이 상승 단계(Boost/Ascent)에서 대기권을 돌파하면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에서 발사된 SM-3 미사일이 최초 요격에 나선다. 그 다음 중간 단계(Midcourse)에서는 SM-3 미사일과 더불어 GBI(Ground Based Intercepter) 미사일이 요격을 담당하며, 미사일이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하며 낙하하는 종말 단계(Terminal) 구간은 지상의 THAAD 그리고 PAC-3가 담당한다. 종말 단계에서도 저고도에서 최종 요격을 담당하는 PAC-3와 달리, THAAD는 “High Altitude Area” 즉 고고도에서의 요격을 책임진다.
THAAD 요격 미사일의 요격 반경은 200km, 비행속도는 음속의 8.24배이며, 요격 고도는 40~150km로 사실상 중~고고도까지의 구간을 커버한다. 통상 미사일 방어 체계에서 고고도 요격미사일은 100km 이상의 외기권에서만 요격 기능이 작동하는데, THAAD는 100km 이하의 대기권과 100km 이상의 외기권에서 모두 활용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러한 특이한 기능은 THAAD의 가격이 상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2. 한반도 THAAD 배치 논란의 발단과 전개

김지훈

김관진 全 국방부 장관(왼쪽)과 왕이 외교부장(오른쪽)

한반도 THAAD 배치 논란은 2013년 국방부가 고고도 요격을 위해 THAAD 도입을 고려한다는 한 국내 언론보도를 계기로 최초로 시작되었다.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THAAD를 포함한 MD 구성요소에 대해서는 전혀 도입할 계획이 없으며,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는 독자적인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확언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THAAD가 주한미군에 의해 배치 및 운용될 가능성은 비공식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을 포함한 미국 측 당국자들이 끊임없이 한국에 THAAD 배치를 설득하는 한편, 한국 정부는 이를 완고하게 거절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런 배경 속에 북한이 2016년 1월의 제 4차 핵실험, 2월의 ICBM 발사 실험을 감행한 이후 한국 정부는 기존의 입장으로부터 선회하여 미국과 THAAD 배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식적인 협의를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해당 협의에 대해 중국 정부가 강력히 반발함으로서 THAAD 한반도 배치 논란은 절정에 이르렀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항장무검 의재패공(項莊舞劍 意在沛公)의 고사를 인용하며, 항장(미국)이 칼춤을 추는(THAAD 배치) 의도는 유방(중국)을 죽이려는데 있다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출한 것이다. 이외에도 중국의 당국자들 및 관영언론은 “한-중 관계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거나 “중국 폭격기가 1시간이면 한국의 사드 기지를 파괴 가능.” 등 외교적 결례에 해당하는 표현까지 사용해가며 한반도 THAAD 배치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와 함께 2013년 이후 꾸준히 전개되어온 국내 반대여론 역시 절정에 이르렀다. 주로 평통사(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이나 참여연대 등 주로 진보적 성향의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한반도 THAAD 배치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한다는 반대 여론이 결집되었고, SNS뿐만 아니라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유포됨에 따라 THAAD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었다.

3. THAAD에 관한 몇 가지 오해와 사실

일부 국내 언론보도를 통해 오도된 THAAD에 관한 사실들은, THAAD 배치 논쟁을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변질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한반도 THAAD 배치의 함의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오해들을 바로잡고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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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미사일 방어 시스템, THAAD

첫 번째로 THAAD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실질적으로 효과가 없는 방어체계라는 의문이 많이 제기되었다. 북한이 보유한 다양한 유형의 탄도미사일 중 한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수단은 KN-02 ‘독사’ 단거리 미사일(사거리 150~160km), Scud 계열의 단거리 미사일(사거리 300~700km), 그리고 고각 발사된 노동 계열의 준-중거리 미사일이다. 이들 중 KN-02는 최대 도달 고도가 40km 이하이기 때문에 THAAD로 방어가 불가능하다. 반면 한국의 중부~남부 지역의 군사거점 내지는 산업기반시설을 타격 목표로 상정하는 Scud나 노동 미사일을 상대로 THAAD는 높은 효용을 제공한다. 계룡대를 공격하는 북한 탄도미사일을 목표로 상정하여 실시된 시뮬레이션의 결과에 따르면 THAAD 1개 포대가 평택에 배치될 경우 65초, 대구에 배치될 경우 23초의 요격가능시간이 확보된다.¹ 17차례에 걸친 THAAD 요격 실험 중, 11번의 실험이 북한이 보유한 Scud 미사일과 유사한 형태의 단거리 타겟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 역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THAAD가 요격하지 못하는 구간은 현재 국내 개발 중인 M-SAM PIP나 주한미군에서 이미 운용중인 PAC-3와 같은 중-저고도 방어체계가 담당하게 된다. THAAD는 미사일 방어를 구성하는 다양한 시스템의 일부에 불과하며, 대공방어의 기본 원칙은 다양한 방어 체계 간의 ‘상호중첩’이다. 비록 THAAD의 성능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하지만, 이를 다른 방어 체계와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함으로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능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
두 번째 오해는 THAAD의 레이더가 직접적으로 중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THAAD 레이더는 중국에게 심각하게 위협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THAAD의 구성요소인 AN/TPY-2 레이더에는 두 가지 운용 모드가 존재한다. 하나는 탐지거리가 1800km인 전진배치 모드(FBX)로, 이 모드는 독립적으로 배치되어 적성국에 의해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다른 하나는 THAAD 요격 미사일 포대와 연동되는 종말요격 모드(TBX)인데, 해당 모드로 설치될 경우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600km이다. 주한미군에 배치될 TBX 모드의 레이더는 탐지 가능 거리 안에 중국 본토를 거의 포함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미군이 언제라도 종말요격 모드를 전진배치 모드로 전환할 수 있으며, 이 경우 1800km에 달하는 FBX 모드의 레이더가 중국 내륙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되곤 한다. 그런데 이 반론 역시 AN/TPY-2 레이더의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하는 오류이다. 우선 전파 특성상 FBX 모드의 레이더를 통해 중국 종심지역(군의 후방제대, 지휘통제 및 지원시설 등이 위치한 지역)의 일반적인 군사 활동을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THAAD 체계 레이더는 탐지거리 1000km에서 지구곡률로 인해 고도 60km 이상의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데 고도 40km 이상은 공기가 거의 없어 엔진을 탑재한 물체는 비행할 수 없는 고도이다.² 더불어 헤리티지 재단의 동북아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브루스 클링너(Bruce Klingner)에 의하면, 북한을 향해 설치된 THAAD 레이더는 중국의 동북부 지역에 배치된 탄도미사일에 대한 제한적인 조기경보 능력만을 갖는다. 즉 레이더의 사각에 위치한 덩샤허나 라이우 등 중국 내륙 지방에서 미국을 향해 발사되는 ICBM의 궤도를 추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세 번째로는 THAAD 배치 시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유지비용이 소요된다는 의문이 제기되곤 하는데, 이는 아마 일부 국내 언론들이 THAAD 체계의 구매비용을 유지비용으로 착각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2010년 미 국방성 산하의 Missile Defense Agency가 미 의회 예산처에 제출한 자료를 참고하면, 사드 1개 포대와 1기의 AN/TPY-2 레이더를 운용하는데 소요되는 연간 비용은 2.5~2.7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더군다나 만약 THAAD가 주한미군에 배치되더라도, SOFA(주한미군지위협정)에 근거하여 전개 및 운영유지 비용 미국이 부담하며 한국은 부지와 기반시설만을 제공하도록 되어있다. 다만 추후에 방위부담금 형태로 한국 측에서도 유지비용을 일정 부분 부담할 가능성은 제기되는 상황이다.

4. 한반도 THAAD 배치의 함의

2014년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장군이 본국에 THAAD 배치를 요청한 시점부터 THAAD 배치 협의의 본질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주한미군 기지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을 미국이 배치’하는 것이었으며, 한국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부터 한-미 연합군의 억제/방어능력 증진이라는 군사적 편익을 얻는 포지션이었다. 최소한 한-미 양국이 지금까지 밝혀온 공식적인 입장은 그렇다.
이에 대해 2013년부터 국방부의 일관된 공식적 입장은 THAAD를 비롯한 MD 구성요소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기존의 입장에서 선회해 미국과 사드 배치 협의를 시작한 원인은, 북한의 제 4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의 태도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 전승절 퍼레이드에 참석하고 AIIB에 가입하는 등 이전 정부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인 친중 행보를 보여 왔으나, 정작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국의 안전보장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북한은 중국의 안보상 이익을 고려할 때 포기하기 힘든 카드임이 밝혀졌다.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이 끊임없이 보여주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호전적인 행보는 미국의 이목을 동북아시아 지역에 집중시키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이 시도하는 역내 현상 변경 시도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 한국은 미국과 연계해 ‘THAAD 배치 협의’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한반도 THAAD 배치는 미국 MD 전략의 네트워크가 중국과 보다 밀접한 지역으로 확장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중국 정부로서는 민감한 사안이다. 물론 THAAD가 그 자체로 중국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굳이 한반도에 THAAD 레이더를 배치하지 않더라도 이미 중국의 군사 활동을 감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 미국 MD체계의 핵심 감시수단은 적외선 센서 조기경보위성 DSP(Defense Support Program)이다.³ 이외에도 KH(Key Hole) 시리즈 첩보 위성⁴과 대만에 배치된 PAVE PAWS 지상 배치 조기경보레이더, 태평양 함대에 소속된 다수의 이지스 구축함 등 여러 가지 감시/정찰 수단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한반도 THAAD 배치는 MD 네트워크의 확장이란 측면에서도 군사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추동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MD가 갖는 정치적 의미에 있다. 미국은 THAAD 배치 논란이 점화되던 시점보다도 한참 전인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게 MD 참여를 요구했으나, 지금까지 한국의 그 어떤 정권에서도 이념적 성향을 막론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역시 동일한 맥락에서 MD의 구성요소인 THAAD의 도입을 거부해왔다. 그런데 북한의 핵무장 및 미사일 위협은 시간이 갈수록 증대되는 한편, 중국의 북핵문제 해결 대한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으로 유지되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안전보장을 위한 옵션으로 한·미 동맹의 안보 공약 강화를 선택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이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의 한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히 중국에게 불편한 상황을 제공할 수 있다. 즉 THAAD는 그 자체로 중국에 심각한 위협은 아니더라도, 한국이 미국의 지속적인 THAAD 배치 및 MD 참여 요구를 거절해오던 기존의 입장으로부터 선회했다는 사실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이전까지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규범을 벗어나는 북한의 행위에 대해 다소 관대한 입장을 유지하더라도 중국의 안보적 이익에 손실이 야기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이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책으로 중국의 안보이익을 침해할지도 모르는 사안에 대한 협의를 시작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한반도 THAAD 배치 사안에 대해 겉으로는 한국을 향해 외교적 결례에 해당하는 언사를 내뱉으면서도, 이면에서는 미국과의 협상에 들어갔다. 그 결과 2016년 2월 25일 미국과 중국은 UN 안보리 대북 제제 결의안 초안에 전격적으로 합의했으며, 3월 2일 북한의 핵무기 개발 자금을 차단하는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가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한국의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안보 해결 과제는 북핵 문제의 해결, 혹은 최소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억제/방어능력의 확보이다. 미국과 연계한 THAAD 배치 협의 카드는 이 원칙에 충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첫 번째, 북핵 문제의 해결이라는 거시적 목표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도 중국 정부에게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중국의 관대한 태도가 중국의 국가 이익에 손실을 유발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두 번째, 중국이 대북 제재에 협조하든 하지 않든 THAAD 배치 협의가 한국에 제공하는 편익은 유효하다. 주한미군 THAAD 배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연합군의 억제/방어 능력을 증진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이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에 협조하는 노선을 선택한 상황에서, 굳이 한·미 양국이 THAAD 배치를 강행해야 하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MD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THAAD의 한반도 배치는, 북한을 공동위협으로 상정하는 한·미 동맹이 중국과의 대결구도를 상정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확대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야기한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유지함으로서 위험요소를 최대한으로 줄이는 헤징(Hedging) 전략을 추구해왔다. THAAD 배치는 이러한 기존의 전략으로부터의 변화를 요구하며 필연적으로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정치적 비용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중국이 표면적으로 협력 노선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면, THAAD 배치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억제능력을 제고하는 옵션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결국 어떤 옵션을 선택할 경우라도 각각 다른 형태의 위험 부담이 따르기에, THAAD 배치가 수반하는 정치적 비용과 군사적 편익에 대한 냉철한 계산이 필요한 시점이다.


¹ 장영근, 「사드미사일 체계의 한반도 시뮬레이션」, 국가안보전략 통권 37 Vol 04(2015), P. 22
²신영순, 「THAAD 문제로 본 자주국방의 허상」, 국가안보전략 통권 44 Vol 05(2016), P. 29
³정지궤도에서 적외선 센서를 탑재해 미사일이 발사된 장소의 수증기와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감지하는 방식으로 목표물을 탐지하는 위성이다. 실제 운용 사례로 1998년에 북한이 시험 발사한 대포동 1호 탄도미사일을 포착한 바 있다. 현재는 18~23호기가 운용중이며, 추후 SBIRS(Space Based Infra Red Sensor) 위성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⁴실시간으로 15cm 크기의 물체를 판별할 수 있는 정확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광학 정밀정찰위성으로, 미국의 영상정보(IMINT) 수집을 담당하는 감시청찰 자산 중 하나이다.


 

김지훈 (연세대 정치외교)
peter9245@gmail.com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아시아 패러독스에 대한 한반도의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오늘날 동북아시아지역의 경제 성장과 시장 확대는 동북아 국가들 간의 활발한 교류와 협력의 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2015년 8월을 기준으로 일본과 한국은 각각 중국의 제2, 제3 무역상대국이며, 한중 FTA도 올해 발효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 간 경제적 상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정치·안보 분야에서의 갈등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현상을 ‘아시아 패러독스’라 한다.

북핵문제는 북한이 1980년 핵개발에 착수한 이후 동아시아 안보적 평화 협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왔다. 지금까지 북한은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 4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고, 이를 정권유지를 위한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뿐 아니라 문제 해결에 대한 주변국의 입장차이도 좁혀지지 않아 북핵은 여전히 국제사회에게 큰 위협으로 남아있다.

21세기 들어 일본사회가 우경화되고 중국이 급격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동아시아 안보적 평화협력에는 장애물들이 추가되었다.  과거부터 지속되어왔던 한·중·일 3국간의 역사논쟁은 그 주제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위안부 보상문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국의 동북공정, 독도·댜위다오를 둘러싼 영토분쟁 등으로 확대되었다. 역사논쟁과 영토분쟁이 3국 관계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어느 때보다 커져 논란이 될 때마다 기능적 협력마저 마비시킬 정도이다.

나아가 미국이 아시아 회귀정책을 펼치면서 아시아 패러독스는 심화되었다.  ‘아시아의 맹주’로 급부상한 중국은, 자국 주도하의 경제 공동체를 조성하여 주변국들을 끌어들이고 있고, 타 국 영토와 영해에 영유권을 주장하며 주변국들과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을 견제하는 중이다. 지난 10월 27일, 미국 이지스함 ‘라센’이 남중국해 난사군도(南沙群島)에 위치한 인공섬에 진입하여 중미 간의 긴장감을 고조시킨 것은 두 나라간의 신경전을 여실히 보여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은 이런 미국을 끌어들여 중국과의 대립구도를 더 선명하게 그어놓는 중이다. 특히 최근 아베 정권은 미국을 등에 업고 평화헌법을 개정하고 안보법안을 통과시켜 보통국가화 되어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의 미래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아시아 패러독스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 정부는 한국이 가야 할 길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이는 한국의 주도하에 동북아시아 역내 주요 국가들이 다자협의체를 구성하여, 우선 정치적 협력보다는 기능적 협력이 필요한 환경, 에너지, 재난관리 등의 연성안보이슈부터 대화를 시작해 대화의 범위를 점차 정치적 협력을 필요로 하는 북핵문제, 영토분쟁 등의 경성안보까지 확대해 나가자는 구상이다.  또한 북한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한반도 이슈까지 해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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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8일 미 의회 연설 중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공식 제안하는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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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 북한의 수소폭탄과 SLBM

지난 1월 6일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 1비서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제 4차 핵실험을 통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국방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수소폭탄 실험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으며, 국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수소탄 실험 성공의 진위 여부에 대해 핵전문가들이 회의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일반적으로 ‘수소폭탄 핵실험 성공 발표’는 국제 사회에서 북측의 블러핑(bluffing)으로 인식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 실험을 통해 수소폭탄을 완성 했는지의 사실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여러 가지 정황을 조합해 보았을 때, 북한이 열핵탄두¹를 탑재한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이라는 치명적인 제 2격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확보해나가려는 강한 목표의식을 지속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SL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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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SLBM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포급 잠수함의 원형인 구 소련제 골프급 잠수함

북한은 2013년 함경도 신포에 SLBM 시험 시설을 설치한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 시험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5월에는 수중에서 SLBM 모의탄의 사출 시험을 실시했으며, 제 4차 핵실험 이전인 지난달 21일에도 동일한 시험을 시도한 바 있다. SLBM은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의 약자로 잠수함에 탑재된 수직 발사관에서 발사되는 유형의 탄도 미사일을 의미한다. SLBM은 제 2격 능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협적인 무기체계이다. 제 2격 능력이란 적국으로부터 제 1격(first strike)을 받더라도 이를 견디어 낸 후, 2차로 상대방에게 감당할 수 없는 반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핵 미사일을 탑재한 전략 잠수함은 고도의 은밀성을 토대로 제 1격을 피해 생존한 후, 탑재된 핵무기를 사용하여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보복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 체계이다.

물론 아직 북한이 완벽한 SLBM 기술을 확보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며, 전략원잠을 보유한 5대 핵강국 수준의 전력을 완성시킬 수도 없다. SLBM이 진정한 전략무기로써 완성되기 위해서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일정 기간 마다 수면으로 부상해야 하는 디젤 구동 잠수함과 달리 장기간 수중에서 작전이 가능하기에 고도의 은밀성을 지니며, 기동력 측면에서도 우월하다. 이러한 전략원잠을 개발하고 건조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과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기에 현재 알려진 북한의 기술력과 예산을 고려했을 때 개발은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의 KN-11 미사일이 탑재될 것으로 예측되는 플랫폼은 구 소련제 골프급 잠수함(사진)을 기반으로 개발된 신포급 디젤 잠수함이며, 1~2발 정도의 탄도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지상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조차 완전히 감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디젤 구동 잠수함이나마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SLBM은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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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쟁취, 강대국의 방기. 독립이 2% 부족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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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12시 쇼와 천황이 항복을 선언한다. 일본 지배 하에 있던 대한민국은 광복을 맞는다.

 

1871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 승리한 독일 제국은 유럽 내에서 안정적인 영향력을 확보한다. 그것은 어설픈 판단의 결과가 아니었다. 당시 독일 제국의 수상 비스마르크는 지나친 확장이 독일의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한 판단 하에 독일은 전쟁의 승리 후 비팽창주의 즉, “명예로운 고립”을 선언한다. 비스마르크는 국내 문제 해결을 우선시하여 내실 있는 국가 발전에 힘쓴다.

냉소적으로 보자면, 비스마르크는 제국주의 후발자로서의 팽창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는 내부적 상황에 기인하는데, 2차 산업 혁명 이후 독일 내부에는 노동자 수가 급증했으며, 그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 급여, 고용 안정과 같은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1880년을 전후로 하여 독일에는 사회주의 분위기가 고착화되고, 사회당(SPD)이 정치권에서 실질적인 힘을 갖게 된다. 굳이 이론화하지 않아도 국가의 내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대외적 팽창을 꿈 꿀 수 없다. 즉, 비스마르크가 직면한 독일 내부의 불안정성 문제는 곧 유럽 내 독일의 지위 안정과 직결되는 문제였다.

벌써 100년도 더 된 비스마르크의 정책 결정 맥락을 들으니 중국의 대외 노선이 떠오른다. 덩샤오핑은 “도광양회 유소작위(韜光養晦 有所作爲, 그늘 뒤에 숨어 힘을 키우고 때를 기다린다)”라는 경구를 들어, 밖으로 뻗어나가는 중국 대신 내부의 힘을 기르는 중국을 대외적으로 천명한다. 그의 발언은 1990년에 나온 것이며, 당시 동아시아 정세를 보면 소련이 붕괴하고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의 여파를 간신히 빠져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즉, 역내 패권을 잡을 기회를 다시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덩샤오핑에게 중요한 목표는 외부적 팽창과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의 정립이 아니라, 직전에 있었던 1989년의 천안문 사태로 인한 민주주의의 태동이었다. 최근에야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책임대국”, 주변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이끄는 가운데 국가의 힘을 키워나가겠다는 “화평굴기”가 대외정책 노선으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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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미얀마 총선 – 민주화를 향한 문을 열어줄 것인가

Myanmar pro-democracy leader Aung San Suu Kyi and UNHCR special envoy Angelina Jolie Pitt arrive at a hostel for female factory workers in the Hlaingtaryar Industrial Zone in Yangon

지난 7월 말,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미얀마 방문이 있었다. 그녀는 2001년부터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미얀마 방문에서도 카친주(州)의 난민촌을 방문하고, 여성 공장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실태를 살펴보는 등 매우 뜻깊은 일정을 소화했다. 세계적인 스타가 자신의 안위에만 만족하지 않고, 지구 반대편 나라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관심을 환기시킨다는 건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본 기사에서 주목할 인물은 안젤리나 졸리가 아닌, 그녀와 함께 공장을 방문한 아웅 산 수치(Aung San SuuKyi) 여사다. 아무리 유명한 배우가 다녀간들 자국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당국 정치인들의 손에 달려 있다. 수치 여사는 미얀마 야당의 수장이며, 안젤리나 졸리를 미얀마에 초청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적어도 미얀마 국민들에겐 안젤리나 졸리보다 더 의미 있고 존경 받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지금 민족민주동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NLD)의 수장으로서 다가오는 11월에 있을 총선 준비에 한창이다.

미얀마는 올해 11월 8일에 총선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나 이번 총선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는 사실상 첫 자유투표로 진행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2010년 총선을 통해 공식적으로는 군부정권을 민간정부로 이양했지만, 당시 NLD는총선 참가를 거부했다. 허울뿐인 민주주의는 오히려 군부에 정당성을 부여할 뿐이라는 태도에서 비롯된 결정이었다. 당시 <뉴욕타임스>에서도 “이번 총선이 불공정하고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고 평가했다. 군사정권은 소수민족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일부 군부 세력을 통합단결발전당(Union Solidarity and Development Party, USDP)으로 편입시키고 지원해주는 등의 불공정한 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이다.그 결과 2010년 총선에서 USDP는 상·하원 모두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이뤘고, 이듬해 USDP에서 출마한 테인 세인(TheinSein)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이 중요한 이유는 비단 첫 자유선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이어지는 대선이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현재 간선제로 대통령을 선출하고 있다.대통령 후보로는 상·하원에서 각각 1명, 상·하원에서 각각 의석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군부에서 1명을 추천함으로써 총 3명이 지명된다. 그 다음, 후보자 3명을 놓고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거를 실시하고, 그 결과 최다득표자가 대통령, 나머지 2명은 부통령에 임명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각 정당이 의회를 얼마나 장악하는지는 국가의 수장을 뽑는 대선에서의 영향력을 결정 짓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야당 NLD의 입장에서는 자당(自黨)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아웅 산 수치 여사의 대선 출마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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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 러시아 제재 1년이(가) 발동되었다. 효과는 미미했다.

1길고 장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국가의 분열과 병합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굳이 로마제국의 분열과 멸망 혹은 USSR의 해체와 독립국가들의 탄생을 예로 들지 않아도 이와 같은 사실은 자명하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일어나는 분리독립운동 역시 한 민족의 자연스러운 의지의 표출이며 국가의 운명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얽힌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 구도를 알기 위해서는 거시적인 관점을 차치하고 현재 직면하고 있는 상황과 그 이면에 감춰진 의미를 들춰보는 것이 필요하다.

 

왜 우크라이나인가?

14년 2월 친 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EU 통합을 주장하는 “유로마이단”에 의해서 축출되었다. 그러자, 러시아는 그에게 피난처를 제공하고 러시아계 민족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크림반도를 침공한다. 러시아의 동향에 따라 독립을 주장하는 동부 지역(돈바스)의 친러 반군이 러시아 정부의 군사적 지원을 받아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국지전을 벌이게 된다. 이에 14년 3월과 7월, 미국과 EU는 러시아의 동부 우크라이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경제제재를 결정한다.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 특성상 러시아와 유럽의 안보에 있어서 주요한 지역이다. 동부 우크라이나 인종 구성은 러시아 계 민족이 주를 이루고 있어 친 러시아 성향이 강하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역시 정치 활동 초기에 도네츠크(우크라이나 동부의 공업지대)의 주지사를 역임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위치한 크림반도의 경우 60% 이상이 러시아 계 인종이며 종교적으로는 대다수가 러시아 정교를 믿는다. 반면, 서부 우크라이나는 히틀러에 의해 동부 지역보다 일찍 소련으로부터 분리되었으며, 지역적으로 유럽의 여러 국가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친 유럽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성향이 다른 두 지역은 통합이 아닌 분열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미국 국가 안보 보좌관을 역임한 헨리 키신저는 “우크라이나의 한 지역이 다른 지역을 지배하려 하는 시도는 결국 내전이나 분열로 이어졌고, 이것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다.”라고 말한다. 러시아에 있어 접경 지역에서의 갈등은 가장 주요한 안보 이슈이며, 이러한 우크라이나 내부에서의 내전과 분란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이에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 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자연스러운 대응을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유럽에 강력한 위협이 된다. EU로 대표되는 유럽 국가들은 나름대로 국가 안보를 위해 러시아에 맞서 정치적, 군사적 대비를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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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카터 대통령의 안보 보좌관이었던 브레진스키는 미국의 도전세력이 유라시아에서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의 분쟁 여지가 줄어들고 러시아 혹은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온전히 포섭한다면 아시아와 유럽은 유라시아라는 거대한 지역질서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게다가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중동, 유럽이 밀접하게 교류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거대한 지역질서가 형성된다면 미국의 경제적 위상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최근 미국 내 중국 위협론이 부각되고, G2 구도에 대한 예상이 계속해서 나오는 시점에서 유라시아 지역의 통합과 수정주의 국가로서 중국의 부상은 미국에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그렇기에 미국의 입장으로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서 러시아를 견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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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다의 패기는 어디까지인가

페기다의 패기는 어디까지인가

삼엄한 분위기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있었다. EU는 이민자들의 국가 간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그 이후로 외국인, 이민자들을 배척하는 우파의 태동은 먹구름처럼 유럽을 서서히 뒤덮었다. 다만 최근 1년 사이, 정치적 “극우”는 분명해졌다. 14년 7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유럽 연합 국가들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 정책을 펴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뒤이어 캐머런 총리는 유럽고용서비스(EURES) 웹사이트에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한 구인 광고를 게재하는 것을 금지했다. 2014년 4월 프랑스 지방선거에서는 중도보수 대중운동연합(UMP)과 극우파 국민전선(FN)이 득표율 58%를 차지하며 여당인 사회당을 앞섰다. 한 편에서 보면 우파 강세 분위기는 자연스러운 정치적 귀결이었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특히 영국 내 노숙자의 증가, 그리고 2000년 이후 증가한 이민자 수와 파생된 복지 문제, 프랑스에서의 실업률 증가와 공공부채의 증가는 기존 여당에 대한 반감을 높였고, 보수파는 국민들의 대안으로서 득세하게 되었다.

그러나 새 해의 시작. 유럽의 우파는 극우 민족주의의 형태로 변화하는 급격한 전환점을 맞는다. 프랑스 주간 신문 《샤를리 엡도》는 이슬람을 비롯한 종교에 대해서 강한 풍자만화와 만평을 발간해왔고, 이에 분노한 두 명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1월 7일 《샤를리 엡도》 본사를 테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입은 이 사건은 유럽 전역을 무슬림에 대한 공포로 몰아넣었으며, 정치권에선 극우민족주의를 연상케 하는 정책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극우정당 UKIP(영국 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 당수는 영국 내 무슬림을 비하하며, 이민정책을 바꾸고 이민자들에 대한 검문을 강화할 것을 주장했다. 그리고 독일. 매주 월요일 페기다의 이름을 내건 대규모 군중이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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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동침, 남∙북∙러 경제 협력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개선과 남∙북∙러 3자간 경제 협력으로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발동이 걸릴 조짐이 보이고 있다. 남한은 러시아를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를 동북아 경제 협력의 허브로 부상시키기 위한 기회를 만들 수 있을까?

부산시와 라손콘트란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 단추

2015년 2월 11일, 부산시는 북∙러 합작기업인 라손콘트란스 대표단을 부산시청으로 초청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라손콘트란스는 북한과 러시아가 3대 7 비율로 출자해 만든 합작기업으로, 한국의 지방자치단체가 북한의 합작기업과 손을 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MOU의 주된 내용은 부산과 북한의 나진항 사이의 해상항로를 건설하고 나진항 현대화 사업에 대한 부산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등 부산을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주요 거점지역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최근 남북의 관계가 썩 좋지 못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번 MOU 체결은 다소 뜬금없는 감이 있다. 그러나 그 나름의 의의는 있다. 라손콘트란스는 러시아의 철도공사와 북한의 나진항이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위해 설립한 회사이며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일찍이 2013년 한국과 러시아의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이미 추진되어 오고 있었던 사업이다. 또한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일환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MOU 체결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 속 남∙북∙러 삼자간 경제협력의 첫걸음을 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 실현을 위한 중심기지로서 선도적 참여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러-북합작회사인 라손콘트란스 대표단을 이번에 초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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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유라시아 국제 컨퍼런스 박근혜 대통령 기조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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