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 북한의 수소폭탄과 SLBM

지난 1월 6일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 1비서의 지시에 의해 이루어진 제 4차 핵실험을 통해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국방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수소폭탄 실험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으며, 국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수소탄 실험 성공의 진위 여부에 대해 핵전문가들이 회의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일반적으로 ‘수소폭탄 핵실험 성공 발표’는 국제 사회에서 북측의 블러핑(bluffing)으로 인식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이번 실험을 통해 수소폭탄을 완성 했는지의 사실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여러 가지 정황을 조합해 보았을 때, 북한이 열핵탄두¹를 탑재한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이라는 치명적인 제 2격 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확보해나가려는 강한 목표의식을 지속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SL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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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SLBM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신포급 잠수함의 원형인 구 소련제 골프급 잠수함

북한은 2013년 함경도 신포에 SLBM 시험 시설을 설치한 이후 지속적으로 관련 시험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 5월에는 수중에서 SLBM 모의탄의 사출 시험을 실시했으며, 제 4차 핵실험 이전인 지난달 21일에도 동일한 시험을 시도한 바 있다. SLBM은 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의 약자로 잠수함에 탑재된 수직 발사관에서 발사되는 유형의 탄도 미사일을 의미한다. SLBM은 제 2격 능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협적인 무기체계이다. 제 2격 능력이란 적국으로부터 제 1격(first strike)을 받더라도 이를 견디어 낸 후, 2차로 상대방에게 감당할 수 없는 반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핵 미사일을 탑재한 전략 잠수함은 고도의 은밀성을 토대로 제 1격을 피해 생존한 후, 탑재된 핵무기를 사용하여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보복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 체계이다.

물론 아직 북한이 완벽한 SLBM 기술을 확보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며, 전략원잠을 보유한 5대 핵강국 수준의 전력을 완성시킬 수도 없다. SLBM이 진정한 전략무기로써 완성되기 위해서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일정 기간 마다 수면으로 부상해야 하는 디젤 구동 잠수함과 달리 장기간 수중에서 작전이 가능하기에 고도의 은밀성을 지니며, 기동력 측면에서도 우월하다. 이러한 전략원잠을 개발하고 건조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과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기에 현재 알려진 북한의 기술력과 예산을 고려했을 때 개발은 불가능에 가깝다. 북한의 KN-11 미사일이 탑재될 것으로 예측되는 플랫폼은 구 소련제 골프급 잠수함(사진)을 기반으로 개발된 신포급 디젤 잠수함이며, 1~2발 정도의 탄도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지상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조차 완전히 감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디젤 구동 잠수함이나마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SLBM은 충분히 위협적인 존재이다.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다종화•정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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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폭탄 개발은 김정은 정권이 강조하는 핵무기 소형화·경량화·다종화·정밀화 노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자폭탄 제조에는 핵분열 물질이 연쇄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질량인 임계량이 존재하는 반면, 수소폭탄의 핵융합 반응은 임계량이 없기 때문에 탄두의 소형화·경량화에 용이하다.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된 수준의 원자탄은 탄도미사일에 탑재될 정도로 소형화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통상 현대전에서 핵무기의 투발 수단으로 활용하는 지상 발사 탄도탄, 잠수함 발사 탄도탄, 지상·해상·수중·공중 발사 순항미사일에 핵 탄두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탄두의 소형화•경량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소형화되지 않은 핵무기를 투발할 수 있는 수단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미군이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무기를 투발했던 방법, 즉 폭격기를 동원해 원자탄을 작전 지역까지 직접 운반해 투하하는 방식이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그렇지만 한국 공군의 요격 능력을 고려할 때 북한의 폭격기가 공격 목표까지 도달할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은 자신들이 개발한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를 통해 실전에서의 사용가능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이다. 북한은 2013년 5월 21일 《노동신문》을 통해 “핵무기를 소형화하는것은 핵무기사용의 정치, 군사적목적을 달성하며 그 경제적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핵무기의 폭발력이 크다고 다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전선과 후방, 적아쌍방간에 엄격한 계선이 없이 립체적으로 벌어지는 현대전에서 이러한 무기를 쓰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탄두의 소형화·경량화는 곧 핵무기를 다양한 투발 수단에 탑재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북한이 제 4차 핵실험 결과를 발표하기 16일 전 SLBM 사출 시험을 시행했던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Clear and Present Danger)

수소폭탄 개발로 대표되는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 시도와 SLBM의 개발은 북한의 핵이 점차 잠재적인 위협으로부터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이 핵을 단순히 미국과의 협상 카드, 혹은 자신들의 자존감과 위신의 표상으로 기능하는 Juggernaut²이 아니라, 실질적인 억제력을 갖는 무력 투사 수단으로 개발하려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성능과 핵탄두 투발 능력의 발전은 국제정치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안보 협력을 강화시킬 것이다. 보다 은밀하고 효과적인 투발 수단에 탑재된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과 일본에게도 명시적인 안보 위협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은 증대된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방어하기 위한 대응책을 강구하며, 이 과정에서 전부터 미국과 일본이 협력해오던 MD(Missile Defense)를 포함해 양국의 대북 안보 전략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구도 안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북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자율성은 상당히 제한된다.

북한의 핵 위협 증대로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기존의 수세적 군사, 안보전략으론 더 이상 이런 새로운 유형의 위협에 대응하기 힘들다. 수세적 전략은 결국 상대방의 상상력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노정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 전략에 안주해서는 안 되며, 독자적인 선제 공격까지 염두에 둔 공세적 전략의 수립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역량의 확보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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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보이드의 OODA LOOP

미국의 군사전략가 존 보이드(John Boyd)는 현대의 전장환경에서 관찰(Observe)하고 대응 방향을 설정(Orient)하며 결정(Decision)을 내린 후 즉각적인 행동(Act)을 취하는 OODA 사이클의 합리성 제고를 통해 성공적인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았다. 대한민국 역시 정찰 위성을 포함한 각종 감시·정찰 자산의 확보, 킬-체인(Kill-chain) 체계³의 완성을 통해 OODA 사이클에 입각한 합리적인 대북 안보 대응 역량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군사적인 측면뿐 아니라 외교적인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독자적인 안보 대응 역량의 확보는 상당히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대북 정보 수집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 속에, 대한민국이 온전히 자율성을 갖고 대북 정책을 실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시간은 대한민국의 편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명확한 현실 인식에 기반한 합리적인 대북 안보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다면, 북한의 핵 위협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으로 구체화되어갈 것이다.


¹열핵탄두란 열핵반응을 통해 폭발을 일으키는 수소폭탄의 또 다른 명칭이다.
²원래는 힌두교 사원에서 종교 의식에 사용하던 마차를 의미한다. 현재는 국가의 정신적·구심적 상징물을 비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이다.
³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미리 움직임을 탐지한 후 선제 타격을 가하는 공세적 방어 체계로, 대한민국 국방부는 이를 2022년까지 완성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김지훈(연세대 정치외교)
peter924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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