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사드, 과연 중국을 겨냥하는 칼끝인가?

안보 트릴레마와 사드

트릴레마(Trillema)란 두 국가 사이의 군비 경쟁이 제 3국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7월 8일, 점증하는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로 한반도 사드(THAAD) 배치라는 옵션을 선택했다. 그런데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이 발표된 이후 가장 강력한 반감을 드러낸 국가는 다름아닌 중국이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한반도 사드 배치가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핑계로 다른 나라의 정당한 안보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강도 높은 비난을 가했다. 이렇듯, 최소한 명목상의 이유로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주한미군과 한국을 방어할 목적으로 사드 체계를 배치하는 행위가 제 3국인 중국에게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논쟁은 전형적인 안보 트릴레마의 사례로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사드 레이더 논란과 중국의 반발

그렇다면 중국 정부가 이토록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핵심적인 원인은 사드 체계의 ‘눈’에 해당하는 AN/TPY-2 레이더의 탐지 거리에 있다. X밴드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는 AN/TPY-2 레이더는 매우 유연하고 강력한 탐지 능력을 자랑하는데, 중국은 바로 이 레이더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을 감시권 안에 포함하기에 자신들의 안보 이익에 위해를 가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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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AN/TPY-2 레이더는 두 가지 모드로 활용이 가능하다. 우선 종말요격모드(TM)의 경우 사드 미사일 포대의 전술작전센터(TOC)와 연동되어 사격통제 기능을 수행하며, 탐지거리는 600k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전진배치모드(FBM)는 사드 미사일 포대와는 독립되어 배치되어 MD의 지휘통제체제인 C2BMC에 수집된 데이터를 전달하는데, 미 의회 예산국(CBO)의 정책보고서 “Options for Deploying Missile Defenses in Europe”이나, 미 육군의 “AN/TPY-2 Forward Based Mode(FBM) Operations” 운용 교범에는 이 모드의 탐지 거리가 1000km정도로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레이더의 탐지 거리는 피탐체의 레이더 반사 면적(RCS)에 따라 달라지는데, 앞서 언급한 자료들은 AN/TPY-2 레이더가 어느 정도의 RCS 값을 가진 물체를 상대로 1000km의 탐지 거리를 갖는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제시하고있지 않다.

제작사인 레이시온(Raytheon)사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이 레이더는 FBM으로 운용될 경우 레이더 반사 면적(RCS) 0.01 m2의 물체를 기준으로 600~700km 의 탐지 거리를 갖는다. 물론 피탐체의 RCS 값이 크면 클수록 탐지 거리는 보다 길어진다. 예를 들어 종말 단계(Terminal Phase)에서 탄도미사일의 추진체로부터 분리된 탄두의 전면 부분의 RCS는 0.014 m2 정도인 반면, 상승 단계에 있는-아직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은-탄도미사일의 측면 혹은 후면의 RCS는 이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레이더 방정식에 의하면 RCS가 100배 차이 나면 탐지거리는 약 3.16배, RCS가 20배 차이 나면 탐지거리는 약 2.1배가 차이나는 만큼 표적의 RCS는 레이더 탐지거리 및 탐지확률을 결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1  중국의 동북부에 배치된 ICBM이 미국 본토를 향해 향해 발사될 경우,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가 바라보는 이 미사일의 측후면 RCS 값의 평균치가 대략 0.1~1 m2 사이에서 형성된다. 사드 레이더가 FBM으로 운용된다는 가정 하에, 앞서 언급된 계산법에 의하면 이 미사일들은 레이더의 배치 지점으로부터 약 1000~2000km 정도의 거리에서 탐지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이러한 이유로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해왔다.

 

과연 사드는 정말 중국의 안보에 위협적일까?

반면 미국과 한국 정부는 사드 레이더가 TM으로 운용될 예정이기 때문에 중국의 안보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론상으로는 초기에 TM으로 세팅된 레이더를 8시간에 걸쳐 FBM으로 변환해 운용할 수는 있지만, 이럴 경우 한반도 사드 배치의 목적인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은 상실되기 때문이다. 사드 미사일 포대의 전술작전센터(TOC)와 연동된 사격통제 기능은 이 레이더를 TM으로 운용할 경우에만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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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주한미군이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능력을 상실해가면서까지 사드 레이더를 본래 배치 목적에 어긋난 FBM으로 운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미국은 굳이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를 FBM으로 운용하지 않더라도, 이미 중국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능력을 제공하는 다양한 센서들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에 배치된 2기의 AN/TPY-2 FBM 레이더, 서태평양 전구의 해상 배치 X-밴드 레이더, 대만에 배치된 PAVE-PAW OTH(Over-the-Horizen) 레이더, 태평양 함대 소속의 이지스 구축함, 우주에 배치된 DSP/SBIRS/STSS 정찰위성들이 바로 그런 센서들에 해당한다.

특히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미국의 본토 방어 전략에서는 우주 기반 자산들과 알래스카에 배치될 신형 장거리 레이더가 핵심 센서로 기능한다. ICBM의 초기 상승 단계(Boost Phase)에서 DST 위성이나 SBIRS 위성이 열과 가스 변화를 감지해 조기 경보 기능을 수행하고, STSS 위성과 알래스카의 장거리 레이더가 중간 단계(Midcourse Phase)에서 종말 단계(Terminal Phase)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감시/정찰 자산들로부터 수집된 정보를 토대로 GBI(Ground Base Interceptor)가 ICBM의 요격을 담당하게 된다. 그리고 탄도미사일의 기만탄 분리 작업이나 다탄두(MRV) 분리 작업은 중간 단계 이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국 동북부에서 상승 단계에 있는 탄도미사일에 대한 제한된 정보만을 전달 가능한 AN/TPY-2 레이더의 대(對) 중국 효용 가치는 생각보다 높지 않다.

 

사드 () 안보 트릴레마의 본질

그런데 미국이나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합리성이나 중국 지도부가 생각하는 합리성은 다를 수도 있다는게 바로 이 안보 트릴레마의 본질이다. 기본적으로 안보 딜레마 혹은 트릴레마는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의 국제 정치에서는 한 국가가 순수하게 방어적인 의도로 배치한 무기체계가 상대국, 혹은 제 3국에게는 공격적인 의도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종종 일어날 수 있다.

아마 중국의 표면적인 반응의 이면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첫째, 중국 지도부는 실제로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가 TM이 아닌 FBM으로 운용될 것이라 믿고 있을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의도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신뢰 부족이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오인식(Misperception)을 유발하는 시나리오이다. 둘째, 실제로 그렇게 믿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사드 체계 배치를 통해 잠정적으로 미국과의 전략적 제휴관계가 강화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종의 “떼를 쓰는 것”일지도 모른다. 중국 지도부는 자신들의 A2/AD(Anti Access/Area Denial) 전략과 미국의 Pivot to Asia 전략이 충돌하는 서태평양-동아시아 지역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삼각 동맹의 형성을 가속화되는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 어쨌거나 두 가지 경우 모두 한반도 사드 배치가 대북 견제 수단이라는 미국과 한국 정부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첨언하자면, 중국 정부는 예전부터 미군의 자산이 한국에 배치되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일례로 한-중 수교 2년 후인 1994년, 당시 대한민국이 패트리어트(Patriot) 체계를 배치하려 했을 때도 “중국은 군사훈련이나 미사일 배치 등 한반도의 평화유지와 긴장완화에 해로운 어떠한 행동이나 조치도 지지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었다. 1991년 걸프 전쟁에서 이라크 군의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함으로써 유명세를 얻은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드와는 달리 레이더의 범위가 중국 영토를 포함할 우려가 전혀 없는 무기체계였다.

신뢰의 부재는 갈등을 유발한다. 한반도의 사드 기지를 유사시 우선 타격 목표로 삼겠다느니, 한국이 독립을 잃을 수도 있다느니 하는 중국의 노골적인 협박성 언사가 바로 신뢰의 부재가 빚어낸 갈등이 무엇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어떠한 형태로든 중국과의 관계에서 정치적 비용을 수반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안보를 위해 이미 사드 배치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도, 사드 발(發) 안보 트릴레마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중국 정부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아예 배제되어서는 안된다.

 

중국을 향해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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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대로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도 있다. 과연 중국은 한국에게 신뢰할만한 존재인가? 한국이 사드 배치를 하든 하지 않든 중국은 이미 유사시 한국에 대한 공격 계획을 갖고 있다. 수 년 전 동북 3성에 전진 배치된 중화인민해방군 제 2포병 820여단의 DF-15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바로 그 증거이다. DF-15의 사거리는 800km 이하로, 지린성 퉁화에 배치된 이 미사일의 현실적인 타격 목표는 한국 외에는 없다. 한국을 향해 핵탄두까지 탑재 가능한 공격용 무기를 겨냥하고 있는 국가가, 한국이 자국의 안보 수요를 위해 방어용 무기를 배치하겠다는 결정에 대해 비난을 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또한 지난 달 인도의 한 언론에서 파키스탄과 중국 정부가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를 들여오는 과정에 동조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보낸 적이 있었는데,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의도적으로 묵인한다는 의심이 들지는 않는가? 더불어 북한이 공개한 신형 방사포와 신형 방공미사일의 형태가 중국이 운용하는 동급 무기체계와 매우 유사해 보이는 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인가? 이 모든 의문점들을 한 가지 질문으로 좁혀 보자면, 지금까지의 선례에 비추어 봤을 때 중국 지도부에게 한국의 안보를 보장해줄 의지가 존재하긴 하는가?

아마 그렇지 않다면, 한반도 사드 배치는 비록 최선의 선택지는 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최소한 현실적으로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몇 안되는 카드들 중 하나가 아닐까?

사드는 동급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러시아의 S-400, 중국의 HQ-19, 이스라엘의 Arrow-3와 비교했을 때 가장 신뢰성 있고 검증된 무기체계이다. 사드 체계가 경상북도에 배치된다면, 유사시 미군의 증원과 한국의 지속적인 전쟁수행능력 확보에 필수적인 남부권의 공항과 항만 및 병참 시설을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일각에서는 북한 탄도미사일의 공중회전(Tumbling) 현상이나 가짜 탄두의 사용 때문에 사드로 요격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성걸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원은 지난해와 올해 발사된 북한 미사일 가운데 공중회전을 보인 미사일은 없었으며, 가짜 탄두의 역할을 하는 추진체의 잔해는 실제 탄두와 상당한 정도로 거리를 두고 비행하기에 레이더 식별에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이러한 반론을 일축하였다. 즉, 미국이 제시한 사드 배치 카드가 한국에 제공하는 군사적 효용은 가시적이다.

반면 중국이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이 결합된 최악의 시나리오로부터 느끼는 안보 위협을 상쇄하기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더 나아가 한국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중국이 의도적으로 북한의 행위를 묵인하고 심지어 후원한다는 의심할 만한 정황까지 존재한다.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위협의 증대는 한국의 사활적 안보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이다. 한반도 사드 배치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일정부분 침해할지도 모르는 ‘잠재적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한국을 겨눈 북한의 칼끝은 한국의 사활적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현존하고 명백한 위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이 사드 배치보다 더 확실하고 효과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면 한국은 한-미 동맹의 방어능력 강화라는 옵션을 택할 수밖에 없다.


박태용∙임재성, 레이더 위치에 따른 탄도미사일의 RCS 특성, The Journal of Korean Institute of Communications and Information Sciences 15-01 Vol. 40 No.01 p. 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