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 2014 5월

미 국가안보국의 감시활동 제한, 법제화 되나

미국 연방 하원의회는 22일 국가안보국(NSA) 전화통화 감시활동을 제한하는 법안인 ‘미국자유법’(USA Freedom Act)을 찬성 303, 반대 121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민간인의 전화통화 데이터에 대한 NSA의 접근 권한을 대폭 줄여 무분별한 대규모 정보 수집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법안의 핵심은 NSA가 메타 데이터(수신자, 발신자, 통화 시간과 길이)를 통신회사에서 수집할 때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의 주문을 받게끔 하고,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이 주문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NSA는 과거 테러 용의자의 세 다리 이상 건넌 통화까지 수집할 수 있었으나 이번 법안으로 인해 두 다리 이상 건넌 통화까지로 수집이 제한되었다. 과정 상의 주문 내용은 “정보원이나 국가 안보를 명백히 해치는 경우”에만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6월 9일 전 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우든은 NSA의 비밀 감청 실태를 폭로한 기사를 작성해 논란이 되었다. 작년 스노우든의 폭로 직후 하원에서 발의되었던 NSA 감시활동 제한법안은 적은 표 차이로 부결된 바 있으나, 이번 법안은 양 의회가 초당적으로 NSA 제재에 합의해 의미가 있다. 국가 안보 문제에 양 의회가 합의하기까지 일 년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통과 직전 급격하게 제재 범위가 좁아지고 강도가 낮아졌다며 불만을 표하는 의견도 있다. 상원의원 와이든은 “하원의 법안이 국민들을 대규모 감시로부터 보호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몇 주전만 해도 보다 제재가 강력했던 법안은 정보 기관 관계자들과 미 사법위원회 등의 요구를 반영해 다소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

2014. 5. 24

김정연 (이화여대 국제학부)

 

*관련 기사

NSA surveillance reform bill passes House by 303 votes to 121

http://www.theguardian.com/world/2014/may/22/nsa-reform-bill-usa-freedom-act-passes-house

House Passes Restraints on Bulk Data Collection

http://nyti.ms/1hcNmUP

Wyden opposes House USA Freedom Act, says it’s “watered down.” http://www.sacbee.com/2014/05/22/6425750/wyden-opposes-house-usa-freedom.html

 

 

기근과 질병으로 신음하는 남수단

남수단 내전으로 인해 4백만 명 이상이 식량과 인도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빈민 구호 NGO단체 옥스팜은 “빠른 시일 내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으며, 현재 내전으로 인해 130만 명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수 만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내전이 지속되는 동안 남수단인들은 파종기를 놓치고 있고, 풀을 먹이지 못해 가축이 죽어가면서 식량 문제는 보다 장기화될 전망이다.

질병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기로 인해 질병이 더 퍼지기 쉬워진 상황에서 콜레라가 이미 남수단 수도인 주바에서 발병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남수단인들은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콜레라, 말라리아 등에 노출되고 있다. UN의 보호아래 생활하는 남수단 주민들조차 안심하고 지낼 수 없다. 지난달에 보르 지역에서 민간인 복장으로 위장한 무장 괴한 200명이 피난민 5천 명 이상이 살고 있는 UN 기지를 급습하는 사건이 발생해 50명 이상이 사망하였다. 이 피난민들은 남수단에서 두 번째로 숫자가 많은 누에르족이다.

기근의 가장 중요한 이유로 꼽히는 남수단 내전은 처음에 키르 대통령(딩카족)과 마차르 전 부통령(누에르족) 사이의 정치적·개인적인 충돌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갈등은 곧 민족 간의 내전으로 발전해 남수단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UN 인권 보고서는 “내전의 양 당사자 모두 상대편 민족의 여성들을 강간하고 성폭행하고 있으며, 국제 인권법과 국제 인도법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판단할 근거들이 많다”고 밝혔다.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남수단 기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억 달러를 기부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심각하다. 내전으로 인해 물자 공급이 지연되고 우기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무장한 사람들이 도로를 불법 점거하여 뇌물을 요구하고 있고 강을 통한 운반도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있어, 물자 공급은 큰 차질을 빚고 있다.

 

2014.5.25

이정배(이화여대 정치외교)

hijungbae@gmail.com

 

*관련기사

<가디언>, South Sudan crisis: famine and genocide threaten to engulf nation

http://www.theguardian.com/world/2014/may/18/south-sudan-crisis-famine-genocide

<워싱턴 포스트>, S Sudan famine risk remains despite $600M pledge

http://www.washingtonpost.com/world/africa/s-sudan-famine-risk-remains-despite-600m-pledge/2014/05/23/8c296d82-e29c-11e3-9442-54189bf1a809_story.html

나이지리아 폭탄테러의 이면

20일 나이지리아 중부 플래토주 조스에서 두 차례에 걸쳐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경찰은 테러 직후 46명이 죽고 4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발표했지만, 수사가 거듭되면서 사상자가  100명이 넘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테러를 일으킨 주범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모인 ‘보코하람’이라는 단체로, 이들은 이미 한 달 전 100여 명의 나이지리아 여학생들을 유괴한 선례가 있다.

보코하람의 지속적인 테러활동의 밑바탕에는 여성 혐오와 종교적 갈등이 짙게 깔려있다. 보코하람은 그 동안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테러를 주로 일으켰고, 테러 장소는 보통 몇 년 간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갈등이 존재해왔던 곳이 선택되어 왔다. 이번 플래토주에서 일어난 테러 역시 여성 사상자가 많았다. 더욱이 죽임을 당한 여성들은 대부분 평범하게 물건을 파는 상인들로, 그 중 한 여성은 폭탄이 든 수레를 끌고 가다 봉변을 당했다.

이에 대해 나이지리아와 서아프리카 5개국은 지난 24일 프랑스 파리에서 안보정상회의를 열고 ‘보코하람과의 전쟁’을 선포하였다. 또한 미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은 나이지리아를 위해 군사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이 무색해질 정도로 보코하람은 지속적인 테러활동을 벌이고 있고, 나이지리아 정부의 대처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뉴욕타임즈>는 조스의 안전관련사무소 직원 샤마키 개드 피터와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보코하람이 무정부주의를 주장하고 국제적 협력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영향력과 권력은 지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테러를 벌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엔 안보리는 해결책으로 15개국 합의하는 즉시 보코하람을 테러 단체로 간주하고 무기 금수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4.5.25

구채리(이화여대 사회과학부)

Psypsy14@nate.com

 

*관련기사

<뉴욕타임즈>, 2 Explosions Kill Scores at Central Nigeria Market

중국의 영원한 숙제, 신장위구르자치구서 폭탄테러 발생

22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수도 우루무치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43명이 숨지고 9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번 테러는 2009년 터키계 무슬림인 위구르족과 한족간의 2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폭동 이후 최대규모의 테러이다. 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에서 “테러주의, 분열주의, 극단주의 등 3대 극단세력에 대해서는 관용 없는 대응에 나서 지역민이 평화로운 땅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한 지 불과 하루만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22일 오전 7시50분쯤(현지시간) 우루무치 인민공원 근처 시장으로 차량 2대가 돌진하였다. 먼저 1대가 사람들을 친 후, 다른 차량이 돌진해 차량 밖으로 폭발물을 던졌다. 중국 경찰은 이번 사건을 테러집단에 의한 테러로 규정하고, 테러를 일으킨 5명의 신상을 공개하였다. 모두 위구르족이며 4명은 사망했고, 1명은 22일 저녁 체포되었다고 밝혔다. 위구르족 분리주의자들의 테러 대상이 과거 경찰과 고위공무원에서 민간인으로 확대됨에 따라, 중국정부는 위구르족 분리주의자들에 대해 단호한 대응을 약속했다.

위구르족 활동가들은 이번 테러의 원인을 중국의 무리한 억압정책에서 찾고 있다. 이들은 한족의 유입과 의사결정에 있어서 위구르족의 배제와 억압을 이번 테러의 원인으로 본다. 이에 반해, 중국 정부는 이번 테러를 조직화된 군사조직과 해외세력의 공조로 이루어진 극단주의자들의 계획적인 공격이라고 밝히며 해외세력과 연계된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을 테러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테러전문가인 싱가폴 난양공대의 아흐메드 하심 교수는 “중국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이 중앙아시아의 급진적인 이슬람 세력과 위구르 세력이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조직에게 중국이 무슬림 세계의 새로운 적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4.5.25

김준석(경희대 언론정보학)

rejune1112@naver.com

 

*관련기사

<뉴욕타임즈>, In China’s Far West, a City Struggles to Move On (2014.5.23)

http://www.nytimes.com/2014/05/24/world/asia/residents-try-to-move-on-after-terrorist-attack-in-china.html?_r=0

<워싱턴포스트/AP>, China launches anti-terror drive after bombing (2014.5.24)

http://www.washingtonpost.com/world/asia_pacific/survivors-tell-of-terror-after-china-market-attack/2014/05/23/cc9cd9a8-e2ec-11e3-9442-54189bf1a809_story.html

<동아일보>, 中 비상경계 비웃듯 신장위구르서 폭탄테러 31명 사망 (2014.5.23)

http://news.donga.com/Main/3/all/20140523/63695037/1

<중앙일보>, 시진핑 “테러와 전쟁” 다음날, 신장서 최악 폭탄테러 (2014.5.23)

http://joongang.joins.com/article/116/14760116.html?ctg=1300

 

 

부자들의 창녀, 노동자들의 성녀 -Don’t Cry For Me, Argentina

argentina

전 세계를 막론하고 정치계에 등장하는 거물급 여성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재선에 성공한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그러했고,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초 여성대통령이라는 이유로 관심을 받았다. 에바 페론(Eva Peron) 또한 모국인 아르헨티나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한 여성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아르헨티나 전(前) 대통령인 후안 페론(Juan Peron)의 부인으로 노동 조건 개선과 임금 인상 등의 친노동자적 정치행보를 펼쳐나간 인물이다. 살아 생전에는 연극 배우로 활동한 전력과 대통령이었던 남편 후안보다 대통령 같은 행보와 영향력으로 이목이 집중되었다. 이 관심은 사후에 에바의 발자취를 따라서 영화, 오페라, 뮤지컬 등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 중 뮤지컬 에비타(Evita)에서 알려진 후 마돈나가 불러 우리에게도 익숙한 노래 ‘Don’t Cry For Me, Argentina’는 에바 페론의 삶은 물론 그의 심정을 잘 표현한 곡이다.

이 노래는 에바의 굴곡진 삶을 생애 전반에 걸쳐 그러낸 오페라 <Evita>의 주제곡이며, 유명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와 팀 라이스(Tim Rice)의 합작품이다. 1976년에 웨버는 에바의 연설에 영감을 받아 ‘Don’t Cry For Me, Argentina’를 작곡한다. 남편인 후안 페론이 대통령 재선을 노릴 때, 러닝메이트 겸 부통령 후보로 함께 출마한 에바가 급격하게 쇠약해졌다. 결국 에바는 수백 만 지지자들이 모인 집회에서 부통령 후보에서 사임한다는 뜻을 밝힌다. 때문에 뮤지컬에서는 발코니에서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바치는 노래로 표현된다. 줄리 코빙턴(Julie Covington)이 처음으로 불렀고, 그 이외에도 사라 브라이트만(Sarah Brightman), 마돈나(Madonna), 카펜터즈(Carpenters) 등 수많은 가수들이 불러 약 150개의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사라 브라이트만이 부른 ‘Don’t CryFor Me, Argentina’

에바 이바르구렌과 에바 두아르테

“All you’ll see is a girl you once knew, although she’s dressed up to the nines at sixes and sevens with you. I had to let it happen. I had to change.” (여러분이 보는 것은 여러분이 아는 그 소녀입니다. 비록 최고로 화려하게 차려입었지만, 혼란스러운 맘이 있네요. 저는 이래야만 했습니다. 변화해야만 했어요.)

‘Don’t Cry For Me, Argentina’ 중 에바의 어린 시절을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에바는 농장 지주인 아버지와 농장 일꾼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말 한마리와 마차 값으로 팔려와 일꾼 생활을 한 어머니의 신분으로 인해 아버지의 성인 두아르테 대신 외가 성인 이바르구렌을 써야했다. 마치 홍길동처럼 지주의 자식이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아르헨티나의 가난한 농사꾼의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에바에게 있어서 큰 콤플렉스가 되었는데, 첩의 자식이라는 손가락질은 물론 아버지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야했기 때문이다. 결국 에바는 영부인이 된 후 고향마을을 아예 지도에서 삭제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서류를 조작하여 에바 ‘두아르테’로 살아가며 자신이 첩의 자식이라는 것을 숨긴다.

 

하찮은 창녀가 되어도 좋다, 성공만 할 수 있다면!

Couldn’t stay all my life down at heels. looking out of the window, staying out of the sun. So I chose freedom, running around, trying everything new. But nothing impressed me at all; I never expected it to. (제 삶을 바닥에 내팽개쳐둘 수 없었거든요. 창 밖만 바라보고, 태양 빛에서 벗어나있는 제 삶을요. 그래서 저는 자유를 선택했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새로운 것들을 경험했어요. 그러나 어떤 것도 제게 감동을 주진 못했어요. 저 역시 그렇게 기대하진 않았지만요.)

그는 가난을 벗어던지고 성공하기 위해서 홀로 시골마을을 떠나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당도한다. 20세기 초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라틴 아메리카에서도 가장 큰 도시였으며, 제1차 세계대전의 포화를 맞은 유럽의 식량창고로 자리매김하며 경제적 부흥기를 맞고 있었다. 이 곳에서 에바는 성공하기 위해 연극과 라디오에 뛰어든다. 고작 단역으로 출연하려 해도 유명 배우나 감독들과의 동침이 필수적이었던 상황에서 그는 상황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이를 반복하면서 남자를 통해 자신의 유일한 목적인 성공을 조금씩 쟁취해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1930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민족주의 색채의 군인들에게 권력이 집중되었다. 그 중 노동자 파업을 대화를 통해 해결한 후안 페론이 실세로 등장한다. 특히 후안 페론은 파시즘과 민족주의를 결합하여 노동자들을 위한 나라의 건설을 기치로 세우며 1943년 쿠데타를 일으켜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이 된다. 라디오 mc로 노동자 집회에 자주 참석하여 인기를 끌던 에바는 그곳에서 페론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24살의 나이차와 에바의 과거로 인한 군부 내외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에 성공한다.

 

Evita Perón en Rosario

 

누군가에겐 거룩한 성녀

“Don’t cry for me, Argentina! The truth is I never left you all through my wild days, my mad existence I kept my promise; don’t keep your distance.” (아르헨티나여, 저를 위해 울지 말아요. 저는 정말로 여러분들을 버리지 않았어요. 이렇게 힘든 날에도, 미쳐버릴 것 같은 삶이었지만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그러니 제발 내 곁에서 멀리 떠나가지 말아요.)

그는 자신의 우울했던 유년시절을 부수기라도 하듯, 후안과 함께 ‘페론주의’라고 불리는 친노동자적인 정책을 앞장서서 입안하고 정책 실시 과정 전반에 깊숙하게 관여했다. 최저임금보장·유급휴가·실직 수당·일요일 휴무·노동재판소 신설 등의 정책을 펼쳐, 지주 중심이었던 아르헨티나에서 노동자의 실질적 권리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한다. 또한 절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을 위해 여성 참정권 전면 도입 및 확대실시, 여성지위 향상 등에도 힘썼다. 특히 자신의 이름을 딴 ‘에바 페론 재단’을 설립하여 양로원, 학교, 병원 등을 운영했다. 때문에 에바는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아르헨티나의 아이콘이 되었다. 국민로부터 작은 에바라는 뜻의 ‘에비타’라는 애칭을 얻게 되고, 대통령 관저 안에 에바만의 사무실이 만들어졌다. 그는 ‘첩의 자식’이고 ‘창녀’였던 지난 시절과는 다르게 화려하고 어디서나 주목받게 되었다. 에바가 공식석상과 유럽 순방 중 입었던 옷은 트렌드가 되었다. 에바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을 넘어서서 국민들의 열망을 담아내는 아르헨티나의 ‘워너비’였던 것이다.

 

버림받은 아이콘

하지만 24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맺어진 페론 부부는 영원하지 않았다. 에바가 자궁암에 걸리자, 후안 페론이 철저하게 에바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또한 후안은 국민들 마음 속에 자신이 아닌 에바가 자리잡고 있음을 알아차렸고, 후안 스스로 그동안 에바의 후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에바에 대한 국민들의 환호는 여전했기에 에바가 죽고 한 달의 국장기간을 치른 후, 후안은 그를 미라로 만든다.

한편 실제로 세계 5대 부국 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는 과도한 재정 지출 확대와 만성화된 노동자들의 태만 및 파업으로 수렁 속에 빠져든다.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페론주의가 강화되자 아르헨티나 경제는 후퇴하기에 이른다. 이 시기의 페론주의는 후대에 의해 포퓰리즘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효과적이지 못했고, 국가경제 추락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런 까닭으로 정권에 반감을 가진 세력들에 의해 후안 페론이 숙청되면서 미라가 된 에바 역시 온전하지 못했다. 그의 시신 파손된 채 이탈리아로 추방 및 가매장되기에 이른다. 이후 1975년 후안 페론의 후처 이사벨 페론이 대통령이 되면서 그의 시신은 다시 아르헨티나로 돌아오게 됐으며, 현재는 대통령궁 내 지하묘지에 안장되어있다.

성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에바는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던졌기에 아주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성공에 눈이 멀어 아르헨티나의 경제를 몰락시킨 창녀에 지나지 않다는 의견과 누구보다도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와 여성에게 헌신한 성녀라는 입장이 그것이다. 죽어서도 논쟁의 중심에 있는 그녀는 분명 뜨거운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노래 가사처럼 아르헨티나는 물론 세계도 그녀를 떠나가지도 않았지만(don’t keep your distance) 노래 제목처럼 그녀를 위해 울지도 않았다는 점에서(don’t cry for me, Argentina).

 

박새미 (이화여대 정치외교)

saemi1116@daum.net

남중국해에서의 석유시추, 베트남이 뿔났다

6개월 전, 베트남 하노이를 찾은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베트남이 공동으로 남중국해의 석유와 가스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현재로서는 평화적으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남중국해에서 석유 시추를 하려던 중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베트남 간에는 오히려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베트남 내에서는 폭력적 반중 시위가 격화되면서 긴장이 고조되어가고 있다.

지난 2일, 중국해양석유총공사(China National Offshore Oil Corporation, CNOOC)가 건물 40층 크기, 건조비용 10억 불에 달하는 거대한 중국 최초의 석유 시추 심해 장비를 남중국해로 파견하면서 양국 간의 해상 충돌이 빚어졌다. 베트남 해안경비대 초계정은 이 설비의 설치를 막으려 출동했고, 이를 본 주변의 중국 민간 선박이 베트남 연안 경비대 초계함과  베트남 해안경비대원 3명이 다쳤다. 중국과 베트남은  이번달 7일에도 맞붙었던 터라 지금까지 부상자는 총 총 9명이다.

이를 두고 중국은 베트남 초계정이 민간 선박을 고의적으로 들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강경대응 방침을 밝혔다. 중국의 반응에 베트남 내에서는 빠른 속도로 반중감정이 확산되었고, 호치민, 하노이 등 베트남 주요 도시에서 지속적으로 반중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하노이에는 중국대사관이 있어 이 주변에서 지속적으로 시추 설비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모든 집회, 시위가 불법인 베트남에서 반중 시위의 규모가 확산되는 것은 반중시위를 베트남 당국이 묵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위 열기가 거세지면서, 중국기업은 물론 중국기업으로 오인하여 한국, 대만 등 다른 국적의 기업들로 피해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다른 외국 기업으로까지 피해가 확산되자 결국 17일 베트남 정부는 국영 통신업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시위를 자제하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시위 관련자를 엄벌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베트남과의 일부 교류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혀 갈등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4.5.20

박새미 (이화여대 정치외교학)

saemi1116@daum.net

 

*관련 기사

<NY Times>, China and Vietnam at Impasse Over Rig in South China Sea

http://www.nytimes.com/2014/05/13/world/asia/china-and-vietnam-at-impasse-over-drilling-rig-in-south-china-sea.html?action=click&module=Search&region=searchResults&mabReward=relbias%3As&url=http%3A%2F%2Fquery.nytimes.com%2Fsearch%2Fsitesearch%2F%3Faction%3Dclick%26contentCollection%3DAsia%2520Pacific%26region%3DTopBar%26WT.nav%3DsearchWidget%26module%3DSearchSubmit%26pgtype%3Darticle%23%2Fvietnam%2Bchina%2Boil%2F

<NY Times>, In High Seas, China Moves Unilaterally
http://www.nytimes.com/2014/05/10/world/asia/in-high-seas-china-moves-unilaterally.html?action=click&module=Search&region=searchResults&mabReward=relbias%3As&url=http%3A%2F%2Fquery.nytimes.com%2Fsearch%2Fsitesearch%2F%3Faction%3Dclick%26contentCollection%3DAsia%2520Pacific%26region%3DTopBar%26WT.nav%3DsearchWidget%26module%3DSearchSubmit%26pgtype%3Darticle%23%2Fvietnam%2Bchina%2Boil%2F

<NY Times>, Vietnamese Officials Intolerant of Violence as Standoff With China Continues
http://www.nytimes.com/2014/05/18/world/asia/vietnamese-officials-intolerant-of-violence-as-standoff-with-china-continues.html

 

계속되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베트남 반(反)중국 시위를 우려한 중국이 5월 19일, 베트남에 잔류한 노동자들을 위해 직접 구조 선박을 보내면서 적극적으로 자국민 송환에 나서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는 19일, 중국 당국이 “대피를 위해 각각 1000명 수용 가능한 선박 네 척을 베트남으로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로 베트남 내 중국인 2명이 죽고 100여 명이 다쳤으며, 중국 기업이 소유한 십여 개의 공장도 분노한 시위대의 습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류지엔차오 중국 외교부 차관보는 17일 하노이를 방문해 피해 보상과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팜 광 빈 베트남 외교부 차관은 “베트남 내 중국인과 단체들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즈>는 양측의 만남이 단순히 “양측 입장을 형식적으로 전달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는 시위의 근본 원인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양측 모두 물러날 용의가 없기 때문이다. 응우옌 떤 베트남 총리는 16일 베트남 국민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가의 이익과 이미지에 반한 극단적 행동에 반대한다”며 시위대에 자제를 촉구했지만, 동시에 “애국심을 북돋워 성스러운 주권을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해 영유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중국 역시 같은 날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을 통해 “1인치의 영토도 잃을 수 없다”고 밝혔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은 수십 년 간 계속돼왔지만,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직접적 요인은 중국의 원유 시추였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2일, 중국이 국영 기업인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를 통해 분쟁지역인 파라셀 군도에서 석유 시추 작업을 실시하면서 베트남 내에서 반중 감정이 격화되었고, 11일에는 베트남 내 중국 공장을 습격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미국 에너지 정보국은 2013년 보고서를 통해 남중국해의 밑바닥에 약 280억 배럴에 달하는 원유가 매장되어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2014.5.20

김만희 (고려대 국어국문)

manhee87011@hanmail.net

 

*관련기사

<뉴욕타임즈>, Times Topic; South China Sea

http://topics.nytimes.com/top/news/international/countriesandterritories/southchinasea/index.html?8qa&action=click&module=Search&region=searchResults&mabReward=relbias%3Ar&url=http%3A%2F%2Fquery.nytimes.com%2Fsearch%2Fsitesearch%2F%3Faction%3Dclick%26region%3DMasthead%26pgtype%3DHomepage%26module%3DSearchSubmit%26contentCollection%3DHomepage%26t%3Dqry586%23%2Fsouth+china+sea

<신화통신>, China, Vietnam hold talks on recent anti-China violence

http://news.xinhuanet.com/english/china/2014-05/17/c_133340499.htm

아베 수상 일본의 자위권 행사에 관한 헌법의 해석 변경 지시

15일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은 직접 설치한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간담회)로부터 집단적자위권(자위권) 행사를 용인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받았다. 이후 아베 수상은 기자 회견을 통해 자위권의 한정적 용인과 헌법 9조의 내용 해석 변경에 대한 입장을 밝혔고 개헌 여부에 대한 검토를 정부와 의회에 요구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공식적으론 헌법 9조의 이념을 바탕으로 일본의 자위권 행사는 용인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일본의 자위권에 대한 아베 수상의 청사진이 그려진 이번 간담회의 보고서는 헌법 9조에서 인정하고 있는 ‘필요최소한도의 자위조치’ 범위에 근린 유사시 일본인을 수송하는 미국 함선의 호위·유엔평화유지군의 타국부대가 공격을 받았을 때 자위대의 경호 등을 예로 일본의 자위권 행사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헌법의 날을 맞아 도쿄 긴자 등지에서는 평화헌법 호헌을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여전히 일본 내 평화헌법은 전후 일본이 군비 경쟁에서 벗어나 기적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던 이념적 기반으로 평가 받기 때문이다.

아베 수상의 공식 성명이 있던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우호대회 기념 행사자리에서 “중화민족의 핏속에는 남을 침략하는 유전자가 없다 (중략) 중국 선조들은 나라가 강하더라도 전쟁을 좋아하면 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하며 개헌을 통해 자위권을 행사하려는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같은 날 있었던 미국 국무부 정례브리핑은 전후 국제 안보를 수호하기 위한 일본의 기여를 언급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며 “평화헌법과 관련된 일본 내부의 논의를 환영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전했다. 이는 연말 일본 자위대와 미군의 방위협력 가이드라인 개정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자위권에 대한 법 제도 정비에 힘 쏟고 있는 아베 수상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14.05.20

김주량(이화여대 사회학)

jasmin5203@gmail.com

 

 

참고: <교도통신> 아베 수상, “집단적자위권 헌법해석 변경 검토 지시(재종합)”

http://www.47news.jp/korean/politics_national/2014/05/089638.html

 

미국, 집단적 자위권을 위한 일본의 움직임 적극 지지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이 15일(현지시각) 정례 기자 브리핑에서 “일본이 지난 60년 동안 평화, 민주주의, 법치 그리고 국제 안보를 위해 노력했고, 크게 기여했다”고 말하며, “일본 헌법이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할 수 있는가에 관한 논의를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공식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5일 “헌법 해석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개정이 필요한 법제의 방향을 각료회의에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이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임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또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집단적 자위권의 확대를 위한 일본의 헌법 개정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일본이 평화와 국제 안보를 추구하는 전통을 계속해서 유지할 것이라고 우리(미국)는 자신한다”고 답하며 사실상 지지를 표명했다. 미국은 4월 24일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에서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우회적으로 지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국제안보를 위해 보다 큰 역할을 하려는 일본의 의지를 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4. 5. 19

이근호 (연세대 정치외교)

Newroot2@hanmail.net

 

관련기사

미국 국무부, http://www.state.gov/r/pa/prs/dpb/2014/05/226224.htm#JAPAN2

<중앙일보>, 아베, “헌법해석 바꿔 집단적 자위권”, 2014. 5. 16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5/16/20140516002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