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요미우리,니혼게이자이=외신종합) 하시모토 도루(橋下徹·45) 오사카(大阪) 시장이 ‘오사카 행정구역 재편’에 관한 주민투표 부결의 책임을 지고 17일(현지시각)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2008년 오사카부(大阪府) 지사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한 지 8년 만의 일로 《아사히 신문》은 “단순한 오사카시(大阪市)의 문제를 넘어 일본 정계의 방향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일”이라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1도(都, 도쿄도)-1도(道, 훗카이도)-2부(府, 오사카부, 교토부)-43현(県)으로 구성되는 일본의 행정구역을 재편해 오사카부(府)를 도(都)로 승격시키겠다는 하시모토의 구상에서 촉발됐다. 이 안은 광역단체인 오사카부와 그 하위행정구역인 오사카시를 통합해 오사카도(大阪都)를 만드는 것으로 구체화됐는데, 이를 위해선 오사카시 해체에 대한 주민 동의가 필수였다. 그래서 하시모토는 2011년 광역단체장인 오사카부 지사를 사임하고 한 급 아래인 오사카 시장에 출마해 오사카시 해체를 주민투표에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다. 이후 5년 동안 하시모토는 오사카시가 정령지정도시(광역단체 행정에 준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도시)로서 오사카부와 중복행정을 펼치고 있음을 지적하고, 오사카시 해체 후 생활밀착형 행정을 제공할 수 있는 5개 구(区)를 만들 것을 주민들에게 설득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오사카시 해체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에서 오사카시 전체 유권자 210만 4,000명 중 반대 70만 5,585표 찬성 69만 4,484표로 오사카도 구상은 최종 부결됐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 신문《The Yomiuri shimbun》은 “중복행정 해소로 인한 재정 이득이 불분명하고, 오사카도로 전환을 통한 인구증가가 이뤄지면 삶의 질이 나빠질 것을 염려한 주민들의 선택”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런데 하시모토의 실패는 단순히 한 정치인의 은퇴로만 끝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 신문》은 18일 “오사카시 주민투표의 부결이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헌법 개정 전략에 타격을 입혔다”고 보도했고 《요미우리 신문》 역시 19일 “하시모토를 국정수행과 헌법개정의 동반자로 여겼던 아베신조 총리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보도를 냈다. 이는 지난 2012년 하시모토가 창당한 유신당이 현재 일본 제2야당으로 국회의원 51명(중의원 40명·참의원 11명)을 보유했단 사실에 기반한다. 하시모토는 일본 유신당의 실질적 오너로 ‘아베의 남자’라 불릴 만큼 극우적인 성향을 보였고, 유신당의 대표였던 에다 겐지(江田憲司) 역시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헌법 개정을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며 아베 내각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했다. 그런데 이번 오사카시 주민투표의 부결로 하시모토는 정계은퇴를 선언했고 에다 겐지는 유신당 대표를 사임했다. 그리고 19일 민주당 출신의 마쓰노 요리히사(松野賴久)가 유신당의 새 대표로 선출되며 유신당과 아베 내각의 향후 관계가 불투명해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사카부와 오사카시의 중복 행정 해소에는 당위성이 있다”는 말로 사안에 대한 내각의 견해를 밝혔다. 이는 내년 7월로 예정 된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개정요건(정족수의 3분의 2)을 충족시키기 위해 유신당과의 협력 관계를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하시모토가 실패하며 아베는 유신당이라는 확실한 아군만 잃는 상황이 되었다. 이에 따라 현재 어떤 식으로든 내각 차원의 하시모토 구하기 조치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김찬호(연세대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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